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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아이스 녹차 문화 (길거리 차, 여름 음료, 소통의 도구)

by twoddera 2025. 7. 27.

베트남을 여행하다 보면 거리 곳곳에서 투명한 컵에 담긴 녹색빛 차와 얼음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짜 다(Trà đá)’로 불리는 이 아이스 녹차는 단순한 여름 음료를 넘어, 현지인의 일상, 인간관계, 문화 정체성을 반영하는 상징입니다. 이 글에서는 베트남 아이스 녹차의 역사, 특징, 사회문화적 의미를 종합적으로 탐구합니다.

 

아이스 녹차 사진
녹차

 

짜 다(Trà đá)의 기원과 일상화: 베트남식 녹차의 대중화

짜 다는 베트남어로 ‘차(Trà)’와 ‘얼음(Đá)’을 합친 말로, 문자 그대로 ‘얼음이 든 차’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연하게 우린 녹차(그린티)를 얼음과 함께 제공하는 형태이며, 대부분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됩니다.

베트남은 19세기 말 프랑스 식민 통치 시기부터 차 재배 문화가 확산되었으며, 북부 산악 지역에서 자생하던 차나무를 활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녹차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스티 형태의 ‘짜 다’가 일상화된 것은 도시화와 기후 환경의 영향이 컸습니다.

베트남은 연중 대부분 고온다습한 날씨를 보이는 열대 몬순 기후로, 땀 배출이 심하고 갈증 해소를 위한 시원한 음료에 대한 수요가 높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뜨거운 차보다는 차가운 음료 형태로의 진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간편하게 우려낸 녹차를 얼음과 함께 대접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입니다.

현재는 하노이나 호치민 같은 대도시의 노상 음식점이나 카페, 식당에서 식전/식후 서비스 음료로 짜 다를 기본 제공하고 있으며, 길거리 노점에서는 단돈 몇 백 동(한화 약 100~200원)으로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짜 다의 구성과 특징: 단순함 속의 정체성과 쿨링 효과

짜 다는 기본적으로 베트남산 녹찻잎이나 녹차가루를 연하게 우려낸 차에 얼음을 가득 채워 마시는 스타일입니다. 대중적인 음료답게 조리 방식은 간단하지만, 그 안에 베트남인 특유의 실용성과 문화적 미학이 담겨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짜 다는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 녹찻잎을 끓는 물에 1~2분간 우려낸다
  • 차를 식힌 후 얼음을 가득 담은 컵에 붓는다
  • 무가당, 무향료, 무첨가가 기본이다

짜 다는 맛이 연하고, 매우 시원하며, 카페인 함량도 적당해 식사 전후에 부담 없이 마시기 좋습니다. 베트남 길거리 음식이나 쌀국수, 반미와 환상의 궁합을 이루며, 때로는 커피보다도 선호되는 상쾌한 음료입니다.

최근에는 레몬을 넣거나 자스민 녹차를 활용해 풍미를 다양화하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으며, 고급 카페에서는 무설탕 유기농 버전으로 재해석되기도 합니다.

짜 다가 담은 사회적 의미: 대화, 연결, 휴식의 상징

짜 다는 단지 음료 그 이상으로 베트남인의 일상적 관계 형성과 사회문화적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작용합니다. 특히 베트남 북부의 하노이 지역에서는 거리 곳곳의 플라스틱 의자와 작은 탁자 위에 올려진 짜 다 컵이 일종의 사교 무대이자 대화의 시작점 역할을 하곤 합니다.

회사원은 점심시간 직전에 짜 다 한 잔으로 입가심하고, 학생들은 수업 전후 짜 다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며, 어르신들은 골목에서 짜 다를 두고 담소를 나눕니다. 짜 다는 남녀노소 모두가 공유하는 음료이며, 가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아 베트남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적 연결고리입니다.

또한 식당에서는 음식을 주문하지 않아도 짜 다 한 잔 정도는 내어주는 경우가 흔하며, 이는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환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베트남의 아이스 녹차, 짜 다는 기후와 문화, 인간관계와 철학이 녹아 있는 음료입니다. 단순히 시원한 차 한 잔이 아닌, 베트남인의 삶의 리듬과 인간미를 엿볼 수 있는 매개체이죠. 여행 중 짜 다 한 잔의 여유 속에서, 당신도 베트남의 진짜 일상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